[영화] 끝과 시작, 세상에서 가장 조용히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
2023년이 끝났다. 어지러운 마음으로 보냈던 연말, 나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조용히 쌓인 책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나흘이 지나 오늘이 되었고, 오늘은 2024년 1월 1일도 아닌 1월 3일. 시작 주간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한다.
끝과 시작에 대한 담대한 포부는 없다. 지나가는 나이와,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지도 않았고, 그저 담담히 조용히 보냈지만
마음이라는 것은 조용히 시끄러웠다.
여태 끝과 시작을 알리는 루틴으로 작년까지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며 5년을 보냈었다. 12월 31일, 자정을 앞두고 영화를 재생하는 루틴.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가 흐르는 bgm을 들으며 비장하게, 그리고 활기차게, 나를 찾는데 의미를 둔 몇 해가 지났다('나'라는 것을 찾던 시간들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여태 잘 치르던 루틴이었지만
시끄럽고 싱숭생숭한 마음에 환희와 열정으로 들끓는 영화를 보는 게 버거워
2024년의 시작은 기타노 다케시의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스포와 영화 내용을 말하는 것은 나로선 끔찍하므로 짤막히 적는 영화 한 줄
:세상에서 가장 조용히 사랑을 외치는 여자와 세상에서 가장 조용히 자신의 꿈을 외치는 남자의 이야기.
-죽고싶을 때 바다를 찾았고, 살고 싶을 때도 바다를 찾았다.
영화 내내 들리는 파도소리와 그들의 눈빛의 대화는 알 수 없이 시끄러웠던 내 마음의 열을 삭였다.
온 우주의 기운이 나를 도와 이 영화를 선택하게 만든 것 같다는 이상한 생각을 했지만 그 우주의 기운에 감사하기로 한다.
영화를 보고 잠을 이루지 못했고 다음날 밤에도 영화를 재생했다. 아무래도 이 영화는 아주 자주 내 방에서 재생되고 있을 것 같다.
'사랑'과 '꿈'은 동의어. 이루어도 꿈같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꿈이길 바라고. 나는 언제나 사랑과 꿈에 목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