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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을 본 후론 순천이라는 지명보다, 무진이라는 지명을 더 입으로 발음하게 됐다. 무진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아. 가을 오후에 뉘엿 저무는 해는 살랑이는 갈대를 더 운치 있게 해주는 것처럼. 넓게 펼쳐진 갈대밭 가운데 있는 김승옥 문학관이 있다. 아주 작고 작은 문학관이지만 나는 그의 필체를 직접 보는 것, 그 자체로도 마음이 설레었다. 무진기행을 직접 필사한 나로선, 원고에 쓰인 김승옥 선생의 필체가 너무나 감격스러웠달까. 어른 글씨, 어릴 적 성적표에 부모님 사인을 받아오라고 하면 어른 글씨를 연습장에 몇 번이고 연습해서 나 혼자 몰래 처리한 기억이 있다. 김승옥 선생의 글씨는 내가 따라 쓰던 그, 어른 글씨의 전형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귀엽고, 동글지고, 부드럽다. 지금 봐도 세련된 것은 그의 문체만이 아니었다. 서체도 그러했고, 그가 그의 연인과 찍은 사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간이 흘러도 아름다운 것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올 가을은, 그의 '차나 한잔'도 다시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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