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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경계에 선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고등학생 때부터 스스로를 '하루키차일드'라 자부하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을 섭렵했었다. 그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주 꾸준히 그의 글들을 내고 있고 난 이젠 그의 이름만 들어도 '취향'이란 선택 따윈 뒤로 한 채 일단 그의 글이 나오자마자 탐독하는 나를 본다. 아주 최근에 나온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벽돌같은 책의 두께는 나에게 오히려 반갑다. 아주 오래오래 그와 함께 그의 머릿속을 여행할 수 있다는 기쁨이 책의 두께와 비례하므로. 하루키의 책은 에세이까지 덮어두고 보는 편이고 난 그의 에세이보단 그의 소설에 굉장한 흥미를 지니고 있는데 그의 소설은 언제나 경계에 선 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루기 때문인듯 하다. 현실에서도 누..

읽기 2024.01.08

[영화] 끝과 시작, 세상에서 가장 조용히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

2023년이 끝났다. 어지러운 마음으로 보냈던 연말, 나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조용히 쌓인 책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나흘이 지나 오늘이 되었고, 오늘은 2024년 1월 1일도 아닌 1월 3일. 시작 주간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한다. 끝과 시작에 대한 담대한 포부는 없다. 지나가는 나이와,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지도 않았고, 그저 담담히 조용히 보냈지만 마음이라는 것은 조용히 시끄러웠다. 여태 끝과 시작을 알리는 루틴으로 작년까지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며 5년을 보냈었다. 12월 31일, 자정을 앞두고 영화를 재생하는 루틴.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가 흐르는 bgm을 들으며 비장하게, 그리고 활기차게, 나를 찾는데 의미를 둔 몇 해가 지났다('나..

일기 2024.01.03

나를 두드리는 말 들

문득 어떤 말들을 들었을 때, 마음 깊게 울리는 말들이 있다. 최근의 일련의 사건 사고들로 심신이 편치 않고 고단했었다. 젊음의 피가 흩뿌려진 바닥은 그것이 시위든, 오락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제도들은 도대체 누굴 위해 존재하는가. 내 나이가 젊음을 벗어나고 있다. 지나온 시간이니 그들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지만 그 조차 오만임을 안다. 지나친 정류장의 공기는 지금 내가 서 있는 정류장의 공기와는 다름을. 지금 비가 내리고 있는 그 정거장에, 내 시절엔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해서 맑은 정류장이라고 부를 수 없듯 상황은 언제나 변한다.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해 봤다. 모든 게 신기했고, 뭐든 하고 싶었다. 사람이 있는 곳엔 나도 서 있어야 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기 2022.11.08

[소풍] 순천문학관, 김승옥

순천만,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무진기행을 본 후론 순천이라는 지명보다, 무진이라는 지명을 더 입으로 발음하게 됐다. 무진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아. 가을 오후에 뉘엿 저무는 해는 살랑이는 갈대를 더 운치 있게 해주는 것처럼. 넓게 펼쳐진 갈대밭 가운데 있는 김승옥 문학관이 있다. 아주 작고 작은 문학관이지만 나는 그의 필체를 직접 보는 것, 그 자체로도 마음이 설레었다. 무진기행을 직접 필사한 나로선, 원고에 쓰인 김승옥 선생의 필체가 너무나 감격스러웠달까. 어른 글씨, 어릴 적 성적표에 부모님 사인을 받아오라고 하면 어른 글씨를 연습장에 몇 번이고 연습해서 나 혼자 몰래 처리한 기억이 있다. 김승옥 선생의 글씨는 내가 따라 쓰던 그, 어른 글씨의 전형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귀엽고, 동글지고, 부..

일기 2022.11.01

[소설] 청춘, 마광수

[책 소개] 청춘,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이름! ‘청춘’이라는 시절의 소중함을 되짚어 보는 마광수 교수의 소설 『청춘』. 누구에게나 딱 한 번뿐인 선물이자,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불안한 청춘 시절. 그 속을 지나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성(性) 문학의 상징’으로 대표되던 마광수 교수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청춘 속에 있을 때는 젊음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보다 불안함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그 시절을 지난 후에야 소중함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인생 너머의 그 무언가를 기대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실은 우리가 지나온, 혹은 지나가고 있는 청춘 시절의 빛을 깨닫게 한다. 표지 사진은 젊은 시절의 마광수 교수이며, 표지의 ‘청춘’이라는 손글씨도 직접 쓰고 ..

읽기 2022.11.01

[취향] 책과 위스키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나니 위스키가 서운해한다. 도통 밖을 나가지 않아서 와인보단, 책을 읽으며 위스키를 더 주로 마시고 있어서 지금 주로 즐기는 건 위스키다. 특히 요즘 날이 추워져서 위스키를 마시면 뱃속이 따듯해져 누군가 날 안아주는 기분이 든다.(두둥..알콜릭의 시작인가) 하루 끝에 마시는 한 잔의 위스키는 정말이지 내가 나에게 주는 포상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내 속으로 들어와 차갑게 식은 마음을 뜨겁게 만들어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응어리가 있는지 그걸 한 번씩 보듬어 주며 몸속을 흐르는 느낌이거든. 고단한 하루를 끝낸 후 따스한 물로 씻고 방에 있는 작은 소파에 앉아 소설을 읽거나 시를 읽거나 에세이를 읽으며 마시는 위스키는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말 끝의 루틴이다. 매일 ..

일기 2022.10.24

[취향] 담소와 와인

친한 친구들과 대화하며 마시는 술을 좋아한다. 물론 술이 주는 악영향이 없지 않겠지만 술을 마시면서 상대에게 보이는 애정 어린 마음을 어떻게든 스스로 대화로,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술이 나에게 주는 가장 좋은 영향이지 않나 싶다. 너무 좋다는 말은 간지러워서 표현 하지 못하고 서운하거나 화가 나 긴장이 되어있는 상태의 감정적으로 올라오는 말들은 가시 돋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데 술을 마시면 느슨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 하는게,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게, 서운한 사람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는 게, 화가 난 상태에선 미운 마음을 한 번 더 다독여 말을 고를 수 있다는 게. 술과 대화가 내게 주는 좋은 영향이다. 많이도 마셨다. 와인과 페어링이 좋은 안주를 찾는 재미에 열심히..

일기 2022.10.24

[소설] 무진기행, 김승옥

[책 소개]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 첫 한글세대 소설가 김승옥은 근대인의 일상과 탈일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내면서 1960년대 문학에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서울’과 ‘무진’이라는 두 공간 사이에서 그리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냄으로써 한국 문학사상 최고의 단편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 김승옥에 대하여]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하고, 1945년 귀국하여 전라남도 순천에서 성장하였다. 순천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였다. 4·19혁명이 일어나던 해인 1960년에 대학에 입학해서 4·19세대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1962년 단편 「생명 연습」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같은 해 김..

읽기 2022.10.23

[단상집] 우리는 사랑을 사랑해, 김종완

[책 소개] 는 김종완 작가의 단상집으로 2019년에 출간한 독립출판 서적이다. 작가는 일상 혹은 공상을 하며 떠오른 짧은 단상들을 홀수 장에만 써두었다. 짝수장엔 이 단상집을 보는 독자가 채우길 바라는 마음에 비워뒀다고 한다. 짧지만 보는 이에게 여운을 깊이 새기는 단상 글이다. 판형은 가로 90mm 세로 148mm로 작은 크기의 책이다. 포켓에 넣어두고 생각날 때마다 펼쳐 보기에 좋은 책. 직접 제본한 손 제본이라고 한다. 이 책의 글 꼴은 (사)세종대왕 기념사업회에서 개발한 '문화 바탕체'로 쓰여있다. [작가의 말] 사랑을 쓸 땐 연필로 써야 해요. 사각사각 예쁜 소리가 나잖아요. 연필로 사랑, 이라고 쓰면. 사랑을 사랑하며, 사각사각 썼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긴 꿈이길 바랍니다. [읽고,] 단상..

읽기 2022.10.23

[소설] 헛간을 태우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 소개] 1983년 1월 잡지 「신쵸(新潮)」에 발표되었다가 나중에 반딧불·헛간을 태우다·그 밖의 단편에 수록되었다. (나는 하루키의 단편소설집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에 있는 24편의 단편 중 하나로 읽었다.) 작품 발표 후 몇몇 연구가가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소설 「헛간 방화(Barn Burning)」와의 영향관계에 대해 언급하며 화제가 되었다. 하루키는 물론 포크너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고 부인은 했지만, 나중에 『무라카미 하루키 전작품 1979~1989③』에 실을 때는 작품 중에 등장하는 ‘포크너의 단편집을 읽고 있었다’는 부분을 ‘주간지를 세 권’으로 수정했다 작품 중에 남자가 태우는 헛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읽는 것이 감상의 포인트인데 작가는 불안한 현대인의 표상으로서 그를 등장..

읽기 20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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