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거두절미하고 읽게 만드는 직진성의 시였다. 노래처럼 흐를 줄 아는 시였다. 특유의 리듬감으로 춤을 추게도 하는 시였다. 도통 눈치란 걸 볼 줄 모르는 천진 속의 시였다. 근육질의 단문으로, 할 말은 다 하고 보는 시였다. 무엇보다 '내'가 있는 시였다. 시라는 고정관념을 발로 차는 시였다. 시라는 그 어떤 강박 속에 도통 웅크려본 적이 없는 시였다. 어쨌거나 읽는 이들을 환히 웃게 하는 시였다"는 평가와 함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선되었다. 그의 시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라는 독특한 감각의 제목을 달고 있었고, 당선 직후 문단과 평단, 출판 관계자와 새로운 시를 기다린 독자들의 입에 제법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었다. 국어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나오지 않았고, 미용고를 졸업해 미용실 스태프로 일하고, 영화 [아가씨]에 뒷모습이 살짝 등장하는 보조 연기자로 살아온 이력도 한몫했다. 이십 대 중반, 늦다면 늦은 때에 문학을 만나 시를 쓰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가 산 것과 신춘문예에서 익숙하게 보아오던 형식을 완전히 벗어난 개성 역시.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이제 총 54편의 시를 아우르는 첫 시집의 제목으로 독자들을 마주한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시인의 말]
편지 아닌 편지를 쓰게 되었는데 그 편지의 첫 문장이 이렇게 시작해요.
저 아직도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2020년 4월, 이원하
[읽고,]
가슴이 답답할 때 자연 속에 파묻힌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바다든 산이든. 하지만 발목을 잡는 현실의 벽은 쉽게 무너뜨리기 힘든 게 사실이고.. 그럴 때 도망치는 곳은 서점이다. 서가에서 이 책에 단번에 흥미를 느꼈던 이유는 이미 제목이 나를 홀리고 있었다. 제주 바다에 사는 남자 세이렌이, 나 혼자 살아요. (수줍게 웃으며) 술은 약해요.라고 하는 것 같아서 정말 홀리듯 품에 품고 집에 왔다. 시집을 펼치자 이게 웬걸 세이렌의 유혹의 소리 일 거라 생각했던 그의 노래는 비애의 노래처럼 느껴졌다. 그는 마지못해 육지로 보냈어야 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추억하는 일을 지쳐하고, 미련에게 곁을 내어주며 괜찮은 척 웃으면 내 속은 곪지만 상대방에겐 다행스러워하고 그걸 보는 시인은 복잡한 감정을 씻어 낼 수 없었던 일들이 있었을까. 용서와 미련이 오가는 시어 속에서 나는 나의 과거를 추억한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갈팡질팡 하는 이원하의 시어들이 내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처럼 느껴진다. 나는 술이 약하지만 술이 좋다. 내 감정을 아무리 쏟아내도 술 때문이라고 핑계 댈 수 있어서... 술이 약한 그는 술 한잔 하면 시어들을 썼을까. "당신은 왜 일을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원망과 그리움을, 한 번쯤 꼭 상대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그 질문을 해본다. 정미조의 <개여울>이 귓가에 스친다.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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