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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인간에 대하여

hallomean 2022. 10. 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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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마광수 에세이. 이 책은 '인간'이라는 추상성과 허구성, 위선적 통념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부터 출발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다. 인간은 동물과 다르지 않다. 인간의 역사는 발전하지 않았다. 마광수 교수의 이와 같은 주장은 인간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를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이 새로운 '인간 읽기'를 위해 저자는 동서양의 역사서와 철학서를 두루 섭렵했으며, 원론적 고찰을 통해 자신의 논리의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렸다.

 

[작가의 말]

서시- 머리말을 대신하여

경복궁

경복궁 구석구석에는 얼마나 많은 정액과 애액이 묻어있을까

왕들의 음탕한 욕정은 산삼, 용봉탕, 살모사, 녹용, 해구신 등 백성의 피땀을 빨아 정성 들여 키운 정력에서 나왔겠지

어린 궁녀들의 아랫도리를 물들이고도 백성들의 피는 넘쳐 흘러 아직도 경복궁 주춧돌 사이로 흘러내린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수없이 강산도 바뀌어 왕들은 죽어버려 백골조차 없지만

그 어린 궁녀들도 외로이 늙어죽어 불쌍한 모습조차 찾아보기 어렵지만 

경복궁 근정전에서는 아직도 정액 냄새가 난다 피 냄새가 난다

조선조 이씨 왕족 놈들의 그 탐욕의 냄새, 그 음흉한 냄새가 난다

 

 

[읽고, ]

-자궁 속의 태아보다 더 안락하게 정지돼 있는 상태는 '시체'. -

권력의 맛보다 인간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본능은 아마 죽음일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갖가지 우울과 도피적 허무주의를 삶으로 가져오는 것은 살아가는 동력으로서 부적절하다. 

그리하여 그 욕구를 건강한 쾌락과의 결부 시킴과 동시에  좀 더 생산적인 '본능의 카타르시스'를 향하는데 

마광수가 말하는 건강한 쾌락과 본능의 카타르시스란 결국 사랑이었다.

본능적 미의식에 이끌린 감정. 본능적 쾌락에 충실하고 싶은 충동. 사랑. 사랑하는 상대 앞에서 아기가 될 수 있고 편안할 수 있는 상태. 그런 상태로 유지시켜주는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쏙 빼놓고 사랑의 상태를 설명하며 인간에게 이롭다 말하고 있는 설득력 있는 이론.

회귀엔 지름길이 없다(어쩌면 죽음 이후에나 가능한). 실질적으로 과거로의 회귀는 더더욱 있을 리 없다. 우리가 가장 가깝게 회귀할 수 있는 방법은 나를 가장 아기로 대해주는 상대의 포용에 달려있거니와 스스로 보호 능력을 일으키는 것이다.

나 대신 혹은 나를 위해 기꺼이 본인의 것을 내어주는 것. 그것이 서로 아무 말하지 않아도 주는 것과 받는 것이 비례되는 것. 상대의 마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은 어미의 양분을 탯줄로 받는 아이의 모습과 같다.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현재 경험할 수 있는 회귀인 것이다. 서로에게 서로의 태아로서 회귀하는 것.

그토록 외롭게 간 이의 족적에도 사랑은 무시되지 않았다. 마광수 당신 만은 다른 말을 할 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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