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선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고등학생 때부터 스스로를 '하루키차일드'라 자부하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을 섭렵했었다.
그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주 꾸준히 그의 글들을 내고 있고
난 이젠 그의 이름만 들어도 '취향'이란 선택 따윈 뒤로 한 채
일단 그의 글이 나오자마자 탐독하는 나를 본다.
아주 최근에 나온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벽돌같은 책의 두께는 나에게 오히려 반갑다.
아주 오래오래 그와 함께 그의 머릿속을 여행할 수 있다는 기쁨이 책의 두께와 비례하므로.
하루키의 책은 에세이까지 덮어두고 보는 편이고
난 그의 에세이보단 그의 소설에 굉장한 흥미를 지니고 있는데
그의 소설은 언제나 경계에 선 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루기 때문인듯 하다.
현실에서도 누구나 경계에 서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기 마련인데
죽음과 삶에 대한 경계. 사랑과 애정 증오와 불호의 경계.
자신이 해오길 바라던 꿈과, 현실과의 타협의 경계.
이것들을 잘 뭉쳐내 현실 판타지를 가미한 하루키의 글들은,
혹자는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유치하다는 식의 저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꾸준히 이어지는 그만의 스타일을 '평가'라는 잣대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나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에서도 그의 꿈 여행은 계속된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저 너머'(도시)에서 '꿈 읽기'를 하는 주인공을 등장시켰고
언제나처럼 그가 그 도시에 간 이유를 그의 첫사랑이 말하던
또 다른 첫사랑의 실체를 만나기 위함이다.
그녀를 찾기 위해 그는 그림자를 포기해야 하고
그림자를 찾으려면 그는 그녀를 포기해야 한다.
하루키가 생각하는 사랑의 표본.
여태 욕받이 처럼 받아온 하루키의 '정열'에 대한 서사는
오히려 이 작품에선 말끔히 배제되었다.
언제나 그리던 첫사랑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더 이상은 어쩔 수 없음을 이 작가는 받아들인 것일까.
아니 오히려 아직도 그는 그 그리움의 경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자각하는 순간 다가오는 그림자. 그리고 의식처럼.
각자가 품고 있는 첫사랑의 그리움도 그러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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